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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Nell) - 기억을 걷는 시간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하루는 멀쩡히 흘러가는데, 마음 한구석은 이유 없이 멍해지는 날.그럴 때면 나는 늘 이 노래를 찾는다.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이 곡은 2008년 발표된 넬의 정규 4집 Separation Anxiety 수록곡이다. 앨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분리 불안, 관계의 고장, 마음의 균열. 넬은 언제나 감정을 조용하고 예리하게 꺼내 보여준다. 그 방식이 너무도 섬세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의 마음 안쪽으로 깊숙이 침잠하게 된다. ‘기억을 걷는 시간’은 피아노 선율로 조용히 문을 연다. 차가운 새벽 창가에 기대어 있는 듯한 고요한 시작. 이어지는 이정훈의 목소리는 감정 과잉도, 냉소도 아니다. 그냥, 그 사이. 조심스럽고 단정한 슬픔. 그래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제목이 이 곡.. 더보기
펄 시스터즈 – 떠나야 할 사람 처음 들으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화려한 편곡도, 드라마 같은 전개도 없다.하지만 몇 번이고 듣다 보면,가슴을 조용히 눌러오는 감정이 있다. 기타와 오르간, 그리고 두 사람의 절제된 보컬.이 곡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끝난다.그 절제 덕분에 감정이 더 짙게 전해진다.마치 애써 참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두 사람의 화음도 눈에 띄진 않는다.하지만 묘하게 하나로 섞여 흐르며,혼잣말 같고 속삭임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이별을 말하지 않아도, 이 노래에선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마음이 느껴진다. 1960년대 후반, '커피 한 잔'으로 이름을 알린 펄 시스터즈는당대 여성 듀오로선 드물게자신들만의 감정선과 음색을 가진 팀이었다.그리고 이 곡 ‘떠나야 할 사람’은그들의 대표곡은 아니었지만,가장 조용하게 오래 남.. 더보기
Kid Wine – 마지막 사랑 아름다운 건 그때인지, 그때 우린지... 이별을 떠올릴 때, 마음은 종종 시간을 헷갈려 한다.그때 그 순간이 아름다웠던 건지,아니면 그 순간의 ‘우리’가 아름다웠던 건지.Kid Wine의 마지막 사랑은 그 헷갈림을 조용히 꺼내보는 노래다. EP [DECANTING]에 실린 이 곡은잊혀졌다고 생각했던 감정을 아주 부드럽게 다시 꺼내 놓는다.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말을 아끼는 듯한 톤으로 시작된 노래는가만히 마음 안쪽으로 스며든다. “말로 하지 못했던 미안하고 고마웠던 네 앞에서 내 마음을 다 전하고 싶어” “내 마지막이 돼준 그대여” 감정은 격하지 않다.그저, 늦게 도착한 인사처럼 느껴진다.다 끝난 줄 알았던 감정이한참 뒤에야 찾아오는 순간처럼. Kid Wine은 R&B 기반의 싱어송라이터로,한 번에 훅.. 더보기
Green Day – 21 Guns Green Day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거침없는 기타, 날카로운 가사,그리고 마이크 앞에서 소리치던 Billy Joe의 목소리다.하지만 이 곡, 21 Guns는 조금 다르다. 처음 들으면 꽤 서정적이다.묵직한 피아노와 드럼, 담담하게 시작하는 멜로디.그런데 들을수록 마음이 무너진다.이건 단순한 발라드가 아니다.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Do you know what’s worth fighting for / When it’s not worth dying for?” “죽을 만큼의 가치는 없는데 / 왜 싸우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폭탄도, 총알도 나오지 않지만이 노래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가장 조용한전쟁을 노래한다.이 곡은 2009년, Green Day의 앨범 21st Cent.. 더보기
Hozier – Take Me to Church Hozier는 데뷔곡 하나로 주목을 받은 뮤지션이다.그리고 그 노래는 바로, Take Me to Church.처음 들었을 땐 멜로디가 깊고, 보컬이 묵직하다 싶었다.가사를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처음 이 노래의 제목을 들으면, 신성한 분위기의 종교 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가사를 곱씹어 보면, 이 곡은 단순한 종교 찬송가가 아니다. 오히려 종교적 위선과 차별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Hozier는 한 인터뷰에서 이 곡이 ‘사랑을 죄악시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인권 문제에 대한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동성 결혼 합법화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Hozier는 사랑이 단순한 도덕적 심판의 .. 더보기
크라잉넛 – 명동콜링 새벽별빛 고운 흰 눈 위에 떨어져 “Oh 달링, 떠나가나요” 크리스마스의 명동 한복판.흰눈은 내리는데, 가슴은 얼어붙는다.그 와중에 쇼윈도에 비친 내 얼굴은 믿기 힘들 만큼 초라하다. 크라잉넛의 ‘명동콜링’ 은 그런 노래다.반짝이는 도시의 불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음 하나,한겨울 이별의 공기 속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Oh 달링 떠나가나요 / 새벽별빛 고운 흰눈 위에 떨어져” 첫 소절부터 이별의 감정이 가득하다.그런데도 이 노래는 전혀 무겁지 않다.오히려 담백하다. 조금은 허무하게, 그러나 이상하게 따뜻하게 스며든다. 크라잉넛은 1995년 결성된 한국의 대표 펑크 밴드다.유쾌함과 진심을 오가며 20년 넘게 원년 멤버 그대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이들의 음악에 신뢰를 얹을 수 있다. ‘명동콜링’은 2.. 더보기
Kylie Minogue - Can’t Get You Out of My Head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이름 가끔은 어떤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 우리를 사로잡는다.“Can’t get you out of my head.”그 문장 하나로, 이 곡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2001년, 호주의 팝 아이콘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는 이 곡으로 다시 한번 대중의 중심에 섰다.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와 중독적인 멜로디, 그리고 반복되는 가사가 만들어낸 일종의 최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무력하게 사람을 잠식할 수 있는지, 카일리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반복함으로써 말한다. “지워지지 않아. 머릿속에서, 내 마음에서, 너는 떠나질 않아.”그저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같지만, 듣다 보면 이 노래는 감정의 깊이를 점점 더 파고든다. 어느새 가볍게 흥얼거리던 멜.. 더보기
이치현과 벗님들 – 다 가기 전에 다 가기 전에, 놓친 마음을 노래하다 한 사람을 잊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떠나보낸 ‘그 순간’을 잊는 데는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다 가기 전에’는 그런 순간을 붙잡고 있는 노래다. 말하지 못한 고백, 미처 꺼내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에 아직도 남아 있는 어떤 사람. 이치현과 벗님들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록 발라드 밴드다. 리더 이치현은 당대에도 손꼽히는 감성적인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였고, 그의 음악에는 늘 쓸쓸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대중적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음악을 사랑한 사람들은 여전히 이치현의 노래를 ‘마음이 허전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이라고 말하곤 한다. ‘다 가기 전에’는 이치현이 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