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
국악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허물다.
국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단아한 한복, 느릿한 장단, 깊고 낮은 소리. 그리고 그 가운데, 늘 중심처럼 존재해온 이름이 있다. 바로 송소희.
"국악 천재"로 불리던 소녀는 이제 어엿한 뮤지션이 되었고, 그녀가 2023년에 발표한 곡 Not a dream은 그 진화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처음 이 곡을 들으면, ‘이게 국악 맞아?’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몽환적인 사운드 위에 실린 그녀의 음색은 전통의 뿌리를 지녔으면서도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된다. 국악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조우. 뭔가 낯설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는 조합.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끌어안는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목소리다. 청아한데 단단하고, 전통적인데도 현대적이다. 이건 말로 설명이 안 된다. 그냥 들어봐야 한다.
Not a dream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다. 오히려 꿈이라 믿고 싶었던 현실과 마주한 순간의 노래다. 현실은 늘 예고 없이 들이닥치고, 그건 때때로 너무 생생해서 차라리 악몽이길 바랄 정도다.
송소희는 이 곡을 통해 단순한 감정 소모가 아닌, 감정과 현실을 마주하는 자의식의 성장을 그려낸다. 어릴 때부터 국악이라는 한 장르 안에서 살아온 그녀가, 이제는 그 틀 밖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고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전통음악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진 송소희가, 그 경계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그 옛날 그 국악 신동’으로 기억하겠지만, 지금 그녀는 전통이라는 백그라운드 위에서 자신만의 장르를 새로 짓고 있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기존 브랜드 이미지 하나 바꾸는 데도 몇 년이 걸리는데, 사람 하나의 인식을 바꾸는 건 오죽하랴.
그녀의 다른 추천곡으로는 달바라기를 먼저 꼽고 싶다. 전통 가락에 현대적인 편곡이 더해져, 말 그대로 '국악 크로스오버의 정석' 같은 곡이다. 조용한 밤, 이어폰으로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잔잔해진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만 살짝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
또 하나는 처서. 계절의 변화를 노래한 이 곡은 사계절을 살아내는 모두에게 위로가 된다. 꼭 ‘가을’에 들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이 건조해질 때면 언제든 꺼내 듣기 좋다. 마치 따뜻한 보이차 한 잔 같은 곡.
결국 Not a dream은 단지 한 곡이 아니라, 한 아티스트의 선언문이다. 나는 더 이상 ‘누구의 딸’도 아니고, ‘국악 신동’도 아니다. 나는 나다.
그리고 이건 꿈이 아니다. Not a dream.
지금 듣기 딱 좋다. 우리가 직면한 이 모든 현실도, 결국은… 진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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